마당극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김선태(시인/목포대 교수)
「표해시말」의 내용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관객들을 긴장감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끌어들인 마당극
전남의 대표적인 마당극 전문단체인 극단 갯돌의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연출 손재오)는 홍어장수 문순득의 파란만장한 실제 표류 경험담을 기록한 손암 정약전의 「표해시말(漂海始末)」을 바탕으로 만든 마당극이다. 이 마당극은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이틀간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첫 공연을 가졌고, 금년 11월 9일부터 이틀간 같은 장소에서 앵콜 공연을 갖는 등 가는 곳마다 대성황을 이루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주인공 문순득은 신안 우이도 출신의 평범한 홍어장사꾼으로, 1801년 흑산도에서 홍어를 싣고 영산포로 가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나 표류를 시작한 이래 일본 오키나와→필리핀→마카오→중국 난징→중국 뻬이징 등을 거쳐 3년 2개월 만에 다시 우이도로 돌아온 사람이다. 그는 험난한 파도와 낯선 이국땅의 절망적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 선박제조기술 등을 익히고 돌아와 당시 우이도에 유배와 있던 손암 정약전(다산 정약용의 형)에게 경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따라서 그는 우리 역사상 최장거리, 최장기간 바다를 표류한 주인공이다.
이 마당극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알고 지혜롭게 대처한 주인공 문순득의 표류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문투로 기록되어 있어 읽어도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 「표해시말」의 내용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관객들을 긴장감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끌어들인다. 오키나와와 필리핀의 민속춤, 중국의 변검춤과 사자춤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그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무대장치, 레이저 및 영상쇼를 곁들임으로써 현장성과 실험성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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