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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도시의 문화예술 발전소 극단 갯돌

극단 갯돌 2015. 1. 29. 10:41

전남] 농촌도시의 문화예술 발전소 극단 갯돌


황치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호남권 문화협력관)
  • 어울마당에서 선보인 극단 갯돌 퍼포먼스
    ‘어울마당’에서 선보인 극단 갯돌 퍼포먼스
  • 국악 뮤지컬 파랑새
    국악 뮤지컬 〈파랑새〉
  • 파랑새 공연 후 관객들 헌화하는 장면
    〈파랑새〉 공연 후 관객들 헌화하는 장면


전남 무안의 뻘낙지와 황토양파는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농촌 소도시인 무안읍의 인구는 1만1천여 명에 불과하여, 뻘낙지와 황토양파의 브랜드 명성과는 사뭇 다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 혜택에서도 뒤처진다. 문화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므로 농촌 소도시까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것은 중요하고, 그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남문화예술재단과 무안군, 그리고 예술단체인 극단 갯돌이 힘을 합쳐,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적은 무안군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1월 7일부터 29일까지 무안 승달문화예술회관의 공연장, 전시실, 야외마당에서 ‘어울마당’이라는 한마당 잔치를 펼쳤다. ‘어울마당’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남문화예술재단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지역협력사업과 무지개다리사업의 주요 프로그램을 무안에서 열어, 문화예술로 아름다운 세상을 농촌 소도시까지 넓히려는 행사이다. 무안군 내 문화예술단체도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무안군민이 함께 어울리는 마당으로 진행했다. 11월 7일 개막식과 29일 마지막 날 극단 갯돌의 국악뮤지컬 〈파랑새〉 공연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l 농촌 군소도시의 문화예술 잔치 - 어울마당

11월 7일 개막식은 오후 3시부터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개막식이 벌어지는 야외마당에는 1시쯤에 벌써 어르신들 여러 명이 찾아오셨다. 멀리서 버스를 타고 일찌감치 오셨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읽을 수 있었으며, 문화예술에 접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개막식은 승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상주단체인 극단 갯돌이 주관하여, 야외마당에서 ‘어울마당’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프로그램은 극단 갯돌의 퍼포먼스와 공연, 전남 레지던시 프로그램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6개 미술관 40여 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결과보고전〉, 그리고 무지개다리사업으로 참여한 완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아시아 퓨전음식 시식회〉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남문화예술재단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지역협력사업(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 레지던시 프로그램지원)과 무지개다리사업이 ‘어울마당’ 행사의 주축을 이루어, 농촌 소도시까지 문화의 향기를 퍼뜨리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11월 29일 국악뮤지컬 〈파랑새〉는 승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토요일 낮 공연에 찾아간 공연장 객석은 관객으로 거의 가득 찼다. 목포에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 농촌 도시인 무안으로 터를 옮겨 승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상주단체로 활동하는 극단 갯돌의 손재오 상임연출은 무안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무안의 150개 마을에서 채록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극화했다고 한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귀에 익은 이 노래에서 청포장수가 전남 무안 출신의 동학 접주 배상옥 장군이라는 설을 바탕으로 무안 지역의 동학농민혁명을 극으로 전개시켰다. 무안에서는 청포장수의 청포가 무안의 창포만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작품의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내려고 국악 10곡도 새로 만들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는 해에 무안 지역의 동학혁명 이야기를 발굴하고, 극 중 인물의 고장에서 창작 초연작을 올린 것은 값진 일이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 현재적인 재해석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아쉬움도 남고, 국악뮤지컬을 표방했으나 아직 뮤지컬이라고 내세우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적 제의와 마당극, 민요, 놀이, 무예, 퍼포먼스, 풍물, 춤 등 전통연희를 보여주며, 극단 갯돌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어 공감을 얻어냈다. 커튼콜 후 관객들은 줄을 서서 무대장치로 만들어진 동학혁명 영령들의 제단에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했다.

l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좋은 만남

무안읍에 2001년도에 개관한 승달문화예술회관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만, 502석의 대극장과 200석의 소극장에서 문화예술 공연이 얼마나 무대에 올려질까?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그런데 작년까지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이 금년도에 벌어졌다.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극단 갯돌이 전남 무안의 승달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로 자리 잡게 된 이후의 변화다. 2013년도 승달문화예술회관의 연간 공연장 가동률은 대극장 25%, 소극장 40%였다. 그런데 2014년에는 대극장 38%, 소극장 60%로 껑충 뛰었다. 1.5배 이상 신장률을 보인 것이다. 극단 갯돌이 상주단체로서 공연장을 활용한 것만 계산해도 6개 작품 공연, 5회의 워크숍과 세미나 실시, 64회의 퍼블릭 프로그램 시행을 들 수 있다. 소극장에서의 연습 기간을 포함하여 123일간 공연장을 활용하였으니 살아 있는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결국 극단 갯돌이 목포를 떠나 농촌 소도시인 무안 승달문화예술회관과 결합한 것은 좋은 맺음이다. 둘의 만남으로 인해 공연단체와 공연장이 상생한 것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으니 일석 삼조다.
극단 갯돌과 승달문화예술회관은 서로 협력하여 잠재 관객 발굴 및 문화여건의 점진적 발전을 위해 지역의 중장년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초연 창작품과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의 인물 등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무안 지역 및 인근 지역의 학교를 찾아가 공연을 하며, 학생들의 공연에 대한 표현양식 이해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교육적 가치 상승에 도움을 주었다.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으로 무안의 동학 이야기를 국악뮤지컬로 제작하여 문화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였고, 이를 다듬어 상품화하여 전국으로 초청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민과 더불어 살기 위한 극단 갯돌의 퍼블릭 프로그램도 중요한 활동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가족,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을 초대하여 소외 계층 문화 향유권 신장에도 정성을 기울였으며, 다문화 이주여성이 참여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은 문화적 괴리감 해소에 기여하였다. 중장년층 여성 중심으로 퍼블릭 프로그램 ‘난타반’을 운영하여 그들의 사회적 자존감을 상승시키고, 승달문화예술회관과 함께 ‘김장 나눔’ 행사도 하였다. 지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 및 공연 축제의 새로운 모델 발굴을 위한 지역 축제 개최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고 수준을 향상시켰다. 2014 전남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한 ‘무안군 달머리 당산제’ 프로그램도 극단 갯돌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극단 갯돌은 해외와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여름에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이 함께하는 ‘2014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해외 연합 공연’에서 〈모던타임즈〉를,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는 태국 ‘방콕 거리 아트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공연하였다.

l 프로 공연단체를 추구하는 극단 갯돌

극단 갯돌은 현재 17명의 정단원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공연단체가 정단원 제도를 두고 있지만 단체에서 먹는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사례는 드물다. 그것이 우리나라 공연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극단 갯돌에서 정단원은 ‘극단 활동만 해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극단 활동 외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오히려 정단원 자격을 상실한다. 극단 갯돌은 단원을 선발할 때 3개월간 100만 원씩을 지급하는 인턴 제도를 거쳐 정단원을 선발하고, 정단원이 되면 소위 4대 보험을 납부하는 직업 예술가로 대우하고 활동하게 한다. 단체에서는 그만큼 벌어야 하니까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관객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그 작품을 밑천 삼아 단원들이 밥벌이를 한다.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갖춘 연희의 재능은 자산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먹고 사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연만 해서 밥 먹고 사는 단체가 프로단체이며,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군소도시로 기꺼이 터를 옮겨 지역과 더불어 살며 문화예술 발전소의 역할을 하는 것도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이 기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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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