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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손재오 총연출 인터뷰

극단 갯돌 2014. 11. 10. 14:04

“압도적 무력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농민군 전통 중요”

등록 :2014-11-10 19:00

손재오 극단 갯돌 상임연출가, 사진 극단 갯돌 제공
손재오 극단 갯돌 상임연출가, 사진 극단 갯돌 제공
동학혁명 120돌 국악뮤지컬 `파랑새’
연출가 손재오씨
“전국에서 30만~40만명이 희생됐지요. 방방곡곡이 술렁술렁했어요. 한 지역의 사연만 모아도 무대가 꽉 찼어요.”

동학농민혁명 120돌을 기념하는 국악뮤지컬 <파랑새>를 준비중인 극단 갯돌의 상임연출가 손재오(51·사진)씨는 9일 초연인 만큼 긴장과 흥분된 기색이 엿보였다. ‘파랑새’는 오는 28일 저녁 7시30분과 29일 오후 3시, 두 차례 전남 무안 승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파랑새’는 1894년 남도의 끝자락인 무안지역에서 벌어졌던 동학의 역사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무안 출신 동학접주 배상옥 장군과 삼향·몽탄·해제·청계 등지의 농민들이 등장한다. 제목은 구전민요 ‘파랑새’ 가운데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이 지역에서는 ‘녹두꽃’ 전봉준 장군의 처형 소식을 들은 창포항의 농민군과 접주 배상옥 장군(장수)이 슬피 우는 상황을 담아 이 노래가 만들어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다만, ‘청포장수’를 ‘창포장수’라 부르기도 한다.

손씨는 지난 94년 동학농민혁명 100돌 때는 전북 정읍에서 공연한 마당극 <칼노래 칼춤>의 배우로 출연했다. 20년이 지난 뒤엔 연출을 맡아 작품의 호소력과 관객의 분위기에 두루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무안에서 동학이 이토록 치열했는지 몰랐어요. 백창석 무안향토문화연구소장이 380개 마을 중 150개 마을에서 채록한 동학의 사연을 듣고 나서야 엄청난 감동을 받았어요.”

그는 채록을 바탕으로 삼향읍 작은샛골에서 동학군을 도우려다 소나무에 매달린 채 총살을 당한 점례와, 몽탄면 차뫼마을에서 동학군 아버지를 구하려 화형장 불길 속에 뛰어들었던 갑동의 사연을 되살려냈다. 더불어 해제면 석용리 동학군 연무장과 청계면 창포만 바우백이 장터, 무안읍 불무제 붉은고개 처형장 등지의 끈질긴 투쟁을 곁들였다. 동학군이 외쳤던 ‘구국안민’과 ‘척양척왜’의 희망을 담은 국악 10여곡도 창작해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전체적으로는 패배한 역사죠. 하지만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전통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무안의 공간이나 인물이 민요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도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그는 85년 목포의 극단 갯돌에서 문화운동을 시작해 30년 동안 외길을 걸어왔다. 향토의 서정이 깃든 <문순득 표류기> <선인> <목포의 눈물> 등 작품을 만들었고, 그 공로로 2011년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서 ‘민족광대상’을 받았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