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남 무안군 승달문예회관 연습실에서 오노 사치오(노란 옷)를 비롯한 일본 출신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6명이 오키나와춤을 연습하고 있다. 극단 갯돌 제공
19~20일 무안승달문예회관
‘홍어장수 문순득…’ 공연때
오키나와 춤 등 선보이기로
‘홍어장수 문순득…’ 공연때
오키나와 춤 등 선보이기로
“차례 준비하랴, 공연 연습하랴, 바빠요 바빠.” 본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지 18년째인 오노 사치오(43)는 1일 전남 무안군 무안승달문예회관 연습실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지난달 하순부터 오키나와춤을 연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설마 여기서 이런 일이 벌어질 지 꿈에도 몰랐어요.”
그는 동료 5명과 함께 일본에 있을 때는 잘 하지 못했던 오키나와춤 사위를 익히느라 명절 제수용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걱정도 잠시 접은 채 환한 표정을 지었다.
전남을 대표하는 극단 ‘갯돌’이 추석 직후인 19~20일 무안승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마당극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를 공연한다. 이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19명 중 6명은 일본에서 온 이주여성들이다. 애초 필리핀 출신 5명도 참여하기로 했으나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다음으로 미뤘다.
일본 여성들은 문순득이 영산포로 홍어를 팔러가다 풍랑을 만나 표류한 뒤 가까스로 구조된 류쿠(현재 일본 오키나와)의 춤을 선보인다. 5분 정도 출연해 율동과 대사를 진행하는 단역이지만 난생 처음으로 500여명의 관객 앞에 선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연습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갯돌의 안영제(43) 기획실장은 “춤과 노래만큼 사람들을 서로 통하게 하는 수단이 없다”며 “무안지역 이주여성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주고, 출신 국가의 전통민속들을 표현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아예 공연무대에 서도록 안무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홍순득은 1802년 동지나해로 표류해 3년남짓 류쿠, 필리핀, 마카오, 중국 등을 거치는 천신만고를 겪은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갯돌은 정약전이 쓴 <표해시말>의 표류기를 뮤지컬 마당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갯돌은 앞으로 출신 국가의 민속을 선보이거나, 인기 연극을 들여와 무대에 올리는 등 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무안/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