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국제문페스타/2020 문페스타

극단 갯돌, 10~12일 표류·귀환 바탕으로 문페스타 -한겨레신문

극단 갯돌 2020. 11. 3. 18:51

코로나 갑갑증 떨쳐낼 ‘조선의 하멜’ 홍어장수 문순득

등록 :2020-11-03 16:34수정 :2020-11-03 16:50

 

극단 갯돌, 10~12일 표류·귀환 바탕으로 문페스타
“신분 낮고 배움 적은 평민의 흥미진진한 해양모험”

1802~1805년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와 귀환 여정. 극단 갯돌 제공

목포 극단 갯돌이 코로나19로 갑갑한 시민들한테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의 흥미진진한 해양모험을 펼쳐 보인다.

 

극단 갯돌은 3일 “오는 10~12일 조선 시대 신안 우이도 출신 홍어장수 문순득의 3년 2개월에 걸친 표류기를 소재로 삼아 온라인 문페스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갯돌은 폐쇄적인 조선 시대에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먼 거리를 표류했다 되돌아온 문순득의 파란만장한 노정을 바탕으로 호방한 해양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현장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축제의 과정은 유튜브 갯돌티브이(TV)를 통해 안방으로 전달된다.

홍어장수 문순득 일행이 신안 우이도 신당터에서 출항에 앞서 비나리를 하고 있다.

축제는 10일 오후 2시 문순득 일행이 우이도 신당터에서 비나리를 지내고 출항하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이어 팔금도 고산카페, 안좌도 김환기생가, 자은도 천사뮤지엄파크 등 3곳에서 명창·명인·가수·밴드 등이 출연하는 현장공연을 마련한다. 날마다 섬들을 순회하는 공연에는 사전에 예약하면 참가할 수 있다. 갯돌은 이어 12일 오후 4시30분 우이도 앞바다에 띠배를 띄워 코로나 극복과 지구촌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로 축제를 마감한다.

홍어장수 문순득 일행이 신안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출항하고 있다.

축제에는 문순득의 경유지인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비간, 중국 마카오 등 3곳의 문예단도 공연 영상을 보내 동참한다. 또 3곳의 예술가들이 문순득의 경유지를 소개하고, 최성환 목포대 교수(사학과)는 이들이 보내온 화면을 보면서 문순득의 행적을 해설한다. 문순득의 고향인 우이도 진리마을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이어 문순득과 관련한 서적 사진 지도 등 자료도 등장한다.

신안군 우이도에 있는 홍어장수 문순득의 동상.

손재오 문페스타 총감독은 “홍어장수 문순득은 폐쇄의 빗장을 열었던 조선의 하멜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길이 막힌 답답한 상황이지만 200년 전 한 상인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새기며 드넓은 바다를 만나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문순득은 25살 때인 1802년 1월18일 숙부 등 5명과 함께 흑산도 인근 태도에서 홍어를 사서 돌아오다가 풍랑을 만났다. 그는 2주일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한 끝에 일본 오키나와 류큐국까지 밀려갔다. 그곳에서 9개월을 보내고 1802년 10월 중국으로 출발했지만 다시 풍랑을 만나 열흘 동안 동남쪽으로 흘러갔다. 같은 해 11월 필리핀의 여송국(루손)에 다다른 그는 체류 8개월 만인 1803년 9월 상선을 타고 출항해 중국 마카오에 도착한다. 이어 육로로 광저우, 난징, 베이징을 거쳐 1805년 1월 집으로 돌아왔다. 평민이었던 그는 현지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언어 화폐 장례 풍습 복식 주택 선박 등을 보고 익혔다.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그의 행적은 당시 흑산도에 유배온 손암 정약전(다산 정약용의 형)이 정리한 <표해시말>(漂海始末)을 통해 알려졌다. 정약전은 이야기를 전해준 문순득한테 ‘천초(天初·조선인 가운데 이런 경험을 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별칭을 지어주었다. <표해시말>의 뒷부분에는 112개의 한국어 단어를 한자로 적고 이를 류큐어(81개), 필리핀어(54개) 등과 비교한 대목이 실렸다. <조선왕조실록>엔 문순득이 순조 9년인 1809년 6월27일 한국에 표류한 필리핀인들을 만나 통역해 돌려보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