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목포마당페스티벌/기사 클리핑

<펌>자봉 후기

극단 갯돌 2009. 8. 19. 19:30


구미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목포로 약 다섯시간을 달린 끝에 목포에 도착했다.
목포 유달산.
산 중턱까지 빽빽하게 자리 잡은 지붕들. 달동네.
가파르게 경사진 그 길을 걸으며 처음엔 얼마나 투덜거렸던지.
그리고, 총감독님 말씀에 반성했던 내 입술.
'20여년 전엔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지금은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품기 위해.'
이 달동네 끝은 그런 의미였던 거야.


공연 많이 보고 싶어서 공연장에 내내 상주할 수 있는 '행사 운영팀'에 지원했지만
자소서에 딱 한 줄 썼던, '영상 촬영/편집 가능' 이란 말이 나를 영상팀으로 인도했고,
그래서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흐뭇한 얼굴로 박수 치며 공연에 몰입하시는 장면을 봤고
순진한 얼굴의 장애인 부자(父子)가 두 손 꼭 붙잡고 두 눈을 반짝이던 모습을 보았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았다.
공연 첫 날,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부끄럽지만 나 조금 울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 때 내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모두 울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지던, 그러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런 가슴 벅찬 감동은 공연 첫 날부터 공연 마지막 날까지 쭈욱, 이어졌다.

그리고 공연 마지막 날
공연장에서 마지막 화합의 장을 폈던 그 때
렌즈를 통해 바라본
정말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과 그 고조된 열기 속에서
나는 희망에 들뜰 수 있었다.
마지막 배우 인터뷰와 관객 인터뷰- 다들 이마와 머리칼은 잔뜩 땀에 젖은 채로, 그리고 얼굴은 빛에 젖은 채로,
한 옥타브 쯤 높아져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지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어떤 말들보다 그들의 얼굴과 그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내년에 또 가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뜨거운 열정, 희망이 숨쉬는 그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