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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목포에서 마련한 김대중 前대통령 추모제

극단 갯돌 2009. 8. 27. 11:28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목포시민 추모제 '전라도 상여 타고 가시네'

 

 

우리의 영원한 선생님이시여!

故 김대중 前대통령님 영전에-

 

김선태(시인/목포대 국문학과 교수)

 

가셨단 말씀입니까

정녕 당신이 가셨단 말씀입니까

바람에 지는 인동초 꽃잎처럼

아프게 떠나가셨단 말씀입니까.

통일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한데

민주의 촛불마저 꺼질 듯 흔들리는데

사랑하는 나라와 백성들이 눈에 밟혀

어찌 떠나셨단 말씀입니까.

 

선생님이시어

우리의 영원한 선생님이시어

청천벽력 같은 당신의 부음을 듣고

머리 풀고 우는 한반도 풀잎들의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하얗게 갯바위를 치며 오열하는

하의도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선생님이시어

당신은 목포의 영원한 꿈이었습니다

당신은 목포의 영원한 상징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우리는 슬픔을 맛보았고

당신과 함께 우리는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목포였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목포를 '한국의 하와이'라 해도 좋았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목포를 '갯땅쇠의 소굴'이라 해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모진 고초를 이기고

마침내 대통령으로 우뚝 서던 날

가슴에 켜켜이 쌓인 우리의 한이

눈 녹듯 녹아 내렸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다도해 파도처럼 덩실거렸습니다

무엇을 기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바라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당신이 이룬 꿈만으로

한정 없이, 한정 없이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이시어

당신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 나라의

행동하는 유일한 양심이었습니다

30여 년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민주투사요 정의의 사도였습니다

50여 년 분단의 연결고리를 마련한

남북통일과 평화의 선봉장이었습니다

아, 무엇보다 모진 눈보라 속에 핀

아름답고 강인한 인동초 꽃이었습니다.

 

선생님이시어

우리의 영원한 선생님이시어

이제 우리는 슬픔속에 당신을 떠나 보냅니다

그러나 울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결코 절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당신께서 미처 못 이루신 꿈을 이루겠습니다

눈을 감으면서까지 화해의 손을 내미신

당신의 커다란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목포의 눈물을 목포의 웃음으로 바꾸겠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이시어

이제 살아생전의 그 고단한 몸을 누이시고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

그 고통스런 가시 면류관도 벗어버리고

부디 훨훨 떠나소서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소서.

 

2009년 8월 22일